Texts and Writings/문학작품

[스크랩] 돌멩이의 꿈 - 마이클 오도우

그림자세상 2009. 12. 5. 13:32

돌맹이는...
숲속 한자리에 수천년, 아니 수억년 동안
꼼짝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돌맹이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기 보담은
훨씬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구요?
영원히 한 곳에서만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재미있는 일이
별로
없겠지요.

언젠가
왕방울 개구리가
그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
한 일이 있었지만...
그건
아주 오래전 일이고...


1131년에 땅을
뒤흔든 지진이
일어났는데...
그 때 돌멩이는
한 걸음 쯤
데구르르 구르다 말았습니다.

이따금
벌레가
돌멩이 위나 아래에 집을 마련하고
쉬어 가곤 했지만,
그런 것이야 별로
재미난
일도
아니지요.

하루...
이틀...
해가 지고...
달이 지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그러나...
역시
지루한
나날...

세월 속에 어쩌다가 한 귀퉁이에
푸른 이끼가 소복히 끼이기도 했으나...
그것은 세월의 표시일뿐...
솔직히 말해서 돌멩이는
살기가 지겨워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땐
다른 그 무엇이 되어 보았으면
하고 바란 적도 있었습니다.
가령 통나무 같은 거라든가...

또...
때로는 신나는 장난을 해 보았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겐가 던져저 보았으면...
공중을 휘익 날아가
누군가 정통으로
딱! 맞추어 버릴 수 없을까?
그러던 어느 날,
그 꿈이 이루어질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사나운 곰이
사냥꾼에게 덤벼들자,
총이 망가져 다급해진 사냥꾼은
돌을 하나 집어들어
곰에게 냅다 던졌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은 다른 돌멩이었습니다.
아, 더럽게 운도 없구나!
그 돌멩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사냥꾼과 곰은
다시는
숲속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한 유명한 지질학자가 광물을
수집하려 그 숲에 왔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이 돌멩이를 알아보고
소중히 여겼다면
오늘의 운명은 달라졌을 겁니다.
운이 좋아 박물관으로 갔다면
호화로운 진열장에 진열되고 의젓하게
'돌멩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겠지.
그러면
구경꾼들이 몰려와
이렇게 찬사를 터뜨리겠지.
'어머, 이 돌메이좀 봐!
'

하지만 그 지질학자는 건들건들 돌멩이께로 다가오더니...아, 드디어 눈을 맞추고 더 가까이
'조마조마'
조금 더 가까이, 그러나 그 순간 그 사람은 갑자기 눈길을 다른 쪽으로 돌려 버렸습니다.
그때, 돌멩이가 말할 수만 있었다면, '저 아저씨, 나를 자세히 보세요. 나는 보통 돌멩이가 아니예요.'

그러나...
돌멩이가 어디 입이 있나요?
결국...
그 유명한 지질학자는
돌멩이를...
다시는
거들떠 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돌을 찾고 있었지만
그건 다른 돌멩이였지요.
그리고 그 후,
그 지질학자도
다시는
숲속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어느날,
그 날의 일은...
돌멩이의 삶이 어떻다는 걸
가장 서글프게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아침이었는데, 큰 가방을 든 여러 사람이 숲속에 왔습니다.
다들 근사한 모자를 쓰고 있었지요.
돌메이는 벌써부터 들떠 있었습니다.
이윽고 그 중 한 사람이
돌멩이를 가리키며

"이봐, 이걸 우리 회사 상표로 쓰면 어떨까?"
하고 말했어요.
그러자 그 틈에 있던 친구가
"이건 별론데."
하고 잘라 말했습니다.
'아, 이젠 끝이구나. 자기가 뭘 안다고 그렇게 말을 한담.'
그때도 말을 못하니
소리칠 수가 없었지요.
다시 세월이 흐르고...
어느 겨울날,
나뭇꾼이 몰려와 성탄절 츄리를 만들려고 푸른 나무들을 베어내기 시작했어요.

돌멩이는
그 때
슬며시 분통이 터져 나왔습니다.
돌멩이가 나무만 못합니까?
제발 나를 알아보고 성탄절 장식용으로
데려가 주십시요.
그러나 아무도
거들떠 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마침내 나뭇꾼들은
푸른 나무를 트럭에 싣고
부르릉 부르릉 떠나 버리고...

다시
돌멩이만
뎅그라니
남았습니다.
서러움이북바친 밤,
그 긴긴 밤을
지새우고
난...
다음날,
웬 아이들
두명이서
숲 속에
나타났습니다.

누더기를 입은 두 아이 중 큰 아이가 말했습니다.
"몸져 누우신 엄마한테 멋진 선물을 하자.
돈이 없어서 나무를 사지는 못하니까
이 숲에서 하나 찾아보자구."
"좋아 형, 그러면 엄마가 무척 좋아하실거야."


둘은 곧 여기저기 나무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나
쓸 만한 나무는
나뭇꾼들이
죄다 베어가 버렸기 때문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형제는
그만
풀이 죽었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서 있다가,
작은 아이가
문득
생각난 듯이,
"형, 좋은 생각이 났어.
저기 돌멩이 있지.?

저걸 갖다가
빨강, 파랑 색칠을 해서
금박을 씌우고
싼타클로스 할아버지 그림을 붙이고,
그 위에다 촛불을 밝히면
근사한 '성탄절'이 될거야."
꼬마는 아주 진지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솔깃해 하던 형이 한참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그런 바보같은 말이 어딨어. 성탄돌이라니, 세상에 그런 것도 있니? 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웃어댔습니다.

그리하여
두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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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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