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아버지

그림자세상 2014. 3. 29. 15:07

 

아버지

 

 

미웠던 아버지

강했던 아버지

모질던 아버지

고집불통 아버지

무서웠던 아버지

술주정 하던 아버지

밖으로 돌던 아버지

강고한 노조위원장이었던 아버지

가깝고 먼 핏줄 애틋하게 챙기던 아버지

흩어진 가족 잇는 족보 정리하며 밤 새던 아버지

장고 컴퓨터 독학 한 아버지

노인대학 풍물놀이 단장 아버지

박사 아들 보다 세상도 한문도 더 깊은 아버지

 

고사리 따러 산길 나 업고 데려갔던 아버지

산 속에서 길 잃은 나 횃불 들고 찾은 아버지

할머니 산소 나를 업고 오르다 눈길에 굴렀던 아버지

고향찾는 밤 기차 객실에서 너 믿는다, 하며 마음 놓고 주무시던 아버지

아들 입원한 병실 간이 의자에 술 취해 누워 잠 속에 아들 이름 부르며 울던 아버지

제 멋대로 하는 큰아들에게 어렵고 미안해 속 말 삼키시던 아버지

아들에게 모진 말 듣고 가만 보기만 하던 아버지

결혼하고 훌쩍 제 길 찾아 떠난 아들네 가족 그리워도 한집에 제대로 있어보지 못한 아버지

두 손녀 마음껏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한 아버지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던 아버지

"여박사" 부르던 목소리에 애틋한 부정도 미안함도 가득 담았던 아버지

둘째 아들 앞서 보낸 아버지

나에게 이 세상 선물해 주신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두 딸의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아버지 당신의 슬픔을,

못된 자식, 저로 인한 아픔을

사무치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꼭 드리고 싶었으나 한 번도 드리지 못한 말,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남자로 한 인간으로 아버지를 보았던

그 해 여름 그날 그 오후 그 계단 위

그때 그날 그 순간 이후로

저는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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