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Fall falling on a rainy saturday - a short memory

그림자세상 2012. 10. 27. 19:05

아침 일찍 시험 감독.

어쨌건 가야하는 시간이라 감독까지 하기로 하고 나서는 아침,

가을비는 제법 세차고 내리고,

아파트 앞에서는 미처 느끼지도 못했던 가을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시험.

시험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은,

언제나 경건하다. 

 

채점을 마치고,

다시 연신내.

바람과 비는 더욱 세지고

베른하르트 슐링크, [귀향]과 잠깐 보내는 시간.

 

"이 기억들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나를 우수에 젖게 했고,

삶의 단면에서 추악한 면은 숨기고 아름다운 면만 비추기에 나를 슬프게 했다." (236)

 

 

두 시간의 감독과 한 시간의 채점.

혜화동에 내려 걷는다.

지하철 전시실을 지나는데,

한참을 지났다가 다시 돌아가 본다.

초크아트 전시회.

 

가벼움과 경쾌함.

패밀리 레스토랑 복도를 지나는 느낌. 

차라리 멋진 가을 풍경사진으로 가윽한 벽면보다 좋았다.

적어도 공간을 벗어나는 마음때문에

지하 공간에 붙들린 몸이 괴로워하지는 않아도 되어서였을까.

 

 

 

 

 

 

 

지하철 계단을 올라와 구운 밤을 파시는

서울대병원 앞의 할머니가 그리웠다.

비가 와서 안 계시려니, 했지만

빈 자리를 보는 마음이

서운했다.

입에 감기는 까맣게 탄 밤톨의 따끈함이

그 따끈함을 조용히 전해주는 작은 종이봉투의 촉감이 그리웠다.

 

 

조금 걸었다.

 

 

이곳,

 

보고 싶었다.

 

 

훨씬 많이 풍성해졌다.

비내리는 거리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나는 이곳이 좋다.

 

이곳을 지키는 그 분들이 좋다.

 

버스는 서두르지 않았다.

 

내려서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

 

아침부터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가을이

여기저기 이렇게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내리는 가을의 한 토요일,

걷고 앉았던

그 점과 점 사이 시간의 짧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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