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lace

學林 & 木

그림자세상 2012. 4. 4. 02:09

대학로 큰 길을 지날 때면

버릇처럼 쳐다보는 곳이 있다.

 

샘터 건물,

그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유리창,

담을 가득 타고 오르는 담쟁이,

마로니에 공원의 은행나무,

공원 안의 은행나무보다 보도에 서 있는

두 은행나무들이 내게는 더 친근하다.

이십여 년 전 서울에 처음 올라온 나를

어쩌면 가장 먼저

반겨준 존재

그리고

학림다방의 유리창이 면해 있는 저 자리.

안 가본 지 한참 된 곳이지만

다른 몇 곳이 생기기 전

마음이 가장 많이 찾던 곳.

 

지난주던가,

그 창가 자리 아래를 또 지나게 되었다.

잠깐 올려다본 유리창에 앙상한 가로수가 비치고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저 자리가 비어 있을 때면 그냥 들어가 앉고 싶은.....

그러나 나는 그날도 그냥 지나쳐 갔다.

앞으로도 오래동안

저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그곳을 지나쳐 오면서 언제나 스치게 되는

KT 앞의 이 나무

헝클어진 저 잔가지들의 빼곡한 생명이 

마음에 위로가 될 때가 많다

보면 볼수록.... 

 

 

 

일요일이었던가, 특강 마지막날

2112번 버스가 일찍 왔고,

조금 여유가 생긴 나는 한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 걸어왔다.

 

걸어오면서 맞은편에서 본 그 나무.

 

거꾸로 올라간 리좀 형상의

헝클어진 가지들,

그 질서정연한

순리,

생명의 엉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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