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큰 길을 지날 때면
버릇처럼 쳐다보는 곳이 있다.
샘터 건물,
그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유리창,
담을 가득 타고 오르는 담쟁이,
마로니에 공원의 은행나무,
공원 안의 은행나무보다 보도에 서 있는
두 은행나무들이 내게는 더 친근하다.
이십여 년 전 서울에 처음 올라온 나를
어쩌면 가장 먼저
반겨준 존재
그리고
학림다방의 유리창이 면해 있는 저 자리.
안 가본 지 한참 된 곳이지만
다른 몇 곳이 생기기 전
마음이 가장 많이 찾던 곳.
지난주던가,
그 창가 자리 아래를 또 지나게 되었다.
잠깐 올려다본 유리창에 앙상한 가로수가 비치고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저 자리가 비어 있을 때면 그냥 들어가 앉고 싶은.....
그러나 나는 그날도 그냥 지나쳐 갔다.
앞으로도 오래동안
저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그곳을 지나쳐 오면서 언제나 스치게 되는
KT 앞의 이 나무
헝클어진 저 잔가지들의 빼곡한 생명이
마음에 위로가 될 때가 많다
보면 볼수록....
일요일이었던가, 특강 마지막날
2112번 버스가 일찍 왔고,
조금 여유가 생긴 나는 한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 걸어왔다.
걸어오면서 맞은편에서 본 그 나무.
거꾸로 올라간 리좀 형상의
헝클어진 가지들,
그 질서정연한
순리,
생명의 엉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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