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산들이 부드럽다
산의 곡선들이 부드럽다
곧 저 부드러움이
깔깔한 날카로움으로 바뀌는 순간이 오리라
허면 바람이 차지리라
길을 오가며 만나는 그 바람이
가슴을 베며 들어올 때
겨울은
때로 서늘하고
때로 차갑고
때로 슬프고
자주,
아름답다
그 겨울을 사랑한다.
오가는 길 위에서 바라보는 산 위의 저 나무들
나는 저들의 부드러움이 좋다
겨울산을 촘촘히 두르고
하늘과 맞닿은 저들의
애기 솜털 같은
속살거림이
좋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저 가녀림이 날카로움을 띠고
저들의 사이사이가 더 넓어질 때
저들의 타고 흐르는,
저들을 휘감고 굽이치는
저 산 위의 그 바람이 좋다
그 바람을 기꺼이 받아 안고
함께 소리내어 밤을 지새울
저 나무들이 좋다.
나는 저 산의 빼곡한 나무가 되고 싶다
나는 저 산의 능선과 능선의 나무들에 깃든 바람이 되고 싶다
나는 저 산과 나무와 바람을 다 제 동무인냥 안고 떴다 지는 해가 되고 싶다
나는 저 나무들을 제 등에 빼곡히 꽂고 긴 겨울을 함께 지새는 저 산이 되고 싶다
나는 저 산과 나무와 바람과 해를 다 제 자식들인냥 묵묵히 품고 흐르는 저 강이 되고 싶다
하여 어느날 어둠이 내리는 강변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이 있을 때
가만히 그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 모든 나무들이 몸으로 부르는 목가를
세상 모든 산들이 침묵으로 전하는 비가를
온 세상 오가며 언제나 혼자인 해의 묵가를
온 세상 영혼들의 속삭임을 간직한 달의 연가를
온 세상 환하게 반짝이는 사랑하던 이들의 영혼인 별들의 합창을
온 세상 속속들이 흐르며 땅과 하늘과 사람과 바람과
해와 달과 별의 이야기 모두 간직한
깊고 긴긴 강의 송가를
아,
세상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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