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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크라우스 - 사랑의 역사(3)

그림자세상 2010. 8. 28. 02:09

천사들이 자는 법: 불편하게. 천사들은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삶의 신비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천사들이 시력에 맞는 새 안경을 쓰면 이 세계가 갑자기 다시 눈에 들어온다. 감사와 실망을 한꺼번에 모두 느끼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알마라는 이름의 소녀(...)가 처음으로 자기 손을 너의 갈비뼈 아래에 닿았을 때. 그 순간의 감정에 대해 천사들은 이론만 알 뿐, 구체적으로는 모른다. 천사들에게 스노글로브(눈 내리는 풍경이 들어있는 유리공)을 준다면 그걸 흔들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천사들은 꿈꾸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그들에게는 말할 거리가 하나 줄었다. 거꾸로 말하면, 천사들은 잠에서 깨어날 때면 서로에게 뭔가 해야 할 말을 잊고 있다고 느낀다. 이것이 꿈의 흔적인지 아니면 삶에 대해 그들이 느끼는 공감의 결과인지는 천사들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어쨌든 이런 느낌이 너무 강력해서 그들은 울기도 한다. 보통 천사들은 꿈이라는 주제에 대해 양분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천사들 사이에서도 슬픈 분열이 존재한다.  (259~260)

 

천사들 사이의 논쟁 : 영원하다. 해결될 희망도 없다. 삶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어떤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삶이 신의 본성(혹은 신의 부재)에 대해 추측만 할 수 있듯이 자신도 추측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혼자 있기 :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천사들도 가끔 서로 싫증이 나서 혼자 있고 싶어 한다. 천사들이 사는 집은 혼잡하고 또 갈 만한 곳도 없어서 이런 순간이 되면 천사는 그저 눈을 감고 팔로 머리를 감싼다. 한 천사가 이렇게 행동하면 다른 천사들은 그가 자신을 속이고 혼자 있으려 한다는 걸 이해하고는 발꿈치를 들고 주변을 살살 걸어다닌다. 또 그를 도와주기 위해 마치 그가 거기 없다는 듯이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연히 그에게 부딪히면 이렇게 속삭인다. "내가 아니었어." (261)

 

더 좋거나 더 나쁘거나 : 천사들은 결혼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너무 바브고, 또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처음으로 한 손을 내 갈비뼈 아래 닿았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 모른다면 사랑할 기회가 있겠는가?)

 

천사들이 함께 사는 모습은 갓 태어난 강아지 새끼들과 다를 바 없다. 아기 천사들은 눈이 안 보이고 기분이 좋으며 또 벌거벗었다. 그들이 사랑은 느끼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공포심이 엄습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순간에 그들의 가슴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오르고, 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천사들이 느끼는 사랑은 자기들끼리의 사랑이 아니라 삶을 위한 사랑이다. 그들의 사랑은 삶에 대한 전반적인 사랑이다. (전반적이라고 해서 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천사는 자신에게서 결점을 발견하고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반엔 전반적으로가 아니라 특별하게. (262)

 

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 내 일생에 대해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삶을 살았다. 어떤 종류의 삶이었을까? 하나의 삶을, 살았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316)

 

 

레오폴드 거스키의 죽음

 

레오폴드 거스키는 1920년 8월 18일에 죽기 시작했다.

그는 걷는 것을 배우며 죽었다.

그는 칠판에 서며 죽었다. 응

한 번은 무거운 쟁반을 들면서.

그는 이름을 사인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습하면 죽었다.

창문을 열면서.

욕조에서 성기를 닦으며.

 

그는 누구에게 전화 거는 게 너무 당혹스러워서 혼자 죽었다.

아니면 알마에 대해 생각하다가 죽었다.

아니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죽었다.

 

실제로 할 말이 많지 않다.

그는 위대한 작가였다.

그는 사랑에 빠졌다.

그것이 그의 삶이었다.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