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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순수박물관](1)

그림자세상 2010. 7. 2. 23:13

"....우리가 아주 사랑하는 존재에게,

그 어떤 대가도 기대하지 않고 우리의 가장 귀중한 것을 준다면,

바로 그때 세상이 아름다워진답니다." (77)

 

사실 그 누구도, 경험하고 있는 바로 순간에는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열정적인 순간에,

삶의 그 황금의 순간을 '지금'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그리고 자주) 생각하거나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혼 한구석에서는 앞으로

이 순간보다 더 아름답고 더 행복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도 믿는다.

왜냐하면 특히 젊은 시절에는

그 누구도 상황이 나빠질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지 않을 뿐더러,

만약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하다면,

미래도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낙관적이기 때문이다. (125)

 

"우리처럼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

아무도.

우리 같은 연인은 그 무엇도

그들의 사랑을 끝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장 최악의 날에도,

심지어 서로에게 가장 잔인하고 못된 짓을,

원하지 않더라도, 하고 있을 때조차,

마음속에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위로라는 감정이 있지...."(229)

 

"사랑의 고통은 총체적인 거라고 답하고 싶다.

 진정한 사랑의 고통은,

우리 존재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자리잡고,

우리의 가장 약한 지점을 부여잡아,

 다른 고통과 깊게 연결되어

 절대 저지할 수 없는 형태로

몸과 삶에 퍼져 나간다.

만약 절망적인 사랑에 빠졌다면,

아버지를 여의는 것부터 가장 평범한 불운까지,

예를 들면 열쇠를 잃어버리는 것까지,

모든 것--다른 고통, 고민, 불안--이

언제 어느 때고 다시 부풀어 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진짜 고통의 기폭제가 된다.

 나처럼 사랑때문에 삶이 모두 뒤죽박죽되어 버린 사람은

 사랑의 고통이 끝나야 다른 고민도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상처를 자기도 모르게 더 깊게 만들어 버린다. (370)

 

 

오직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만이 행복이다. (414)

 

"너는 한때 나의 연인이었지

 내 곁에 있을 때조차 나의 그리움이었지

 지금 너는 다른 사랑을 찾았어

 행복이 너의 것이길

 고통과 번민은 나의 것이니

 삶이 너의 것이 되길,

너의 것이 되길." (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