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화려하다.
벚꽃도 목련도 개나리도 수선화도 진달래도 어디서나 보이는 봄철의 꽃들은
제 몸의 가장 화려한 색과 자태로 계절을 장식하고
봄볕은 따스하고 밝다.
사방에서 봄이다 봄이다 계절은 말한다.
사람살이의 지난함은 계절의 몫이 아니기에
계절은 화려하고 환하고 밝다.
그러나, 그 화려한 계절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우울하다.
샛노랗게 무리지어 한낮의 밝은 빛을 가장 화려하게 받아안았다가
빛이 사라진 봄 밤마저 환하게 밝히는 흐드러지게 무리진 개나리를 보다가도
흠 하나 없이 이 계절의 가장 화사한 전령임을 뽐내는 벚꽃의 화려함에 눈을 빼앗기다가도
우아하게 성장한 여인의 향기 가득 머금은 화사한 목련의 자태에 마음을 빼앗기다가도
문득, 그 곳곳에 스민 햇살보다 강렬한 우울한 그늘에 마음이 밟힌다
둘러보는 사방에서 들리고 보이는 모든 것에 슬픔의 흔적이 선연하다.
누구 할 것 없이 모두의 마음에 상실과 우울의 그림자가 완연하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손자,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오빠이자 동생,
누군가의 희망,
누군가의 그리움의 대상,
누군가의 웃음 띤 친구,
누군가의 더러 원망의 대상이기도 했을
수많은 젊음들이
한순간 바다의 원혼이 되었다.
긴긴 시간동안 그 바다의 물살 속에 갇혀있다
더 이상 웃음을 띨 수 없는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흐릿한 화면으로 멀리서 지켜보는 마음속에
어디 다른 마음이 있을까....
가눌 수 없는 슬픔과 안타까움과
까닭없는 희생의 또렷한 이유조차 명확하게 전하고 알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무능함과 절망, 그것 말고....
화사한 계절의 여기저기에 흐드러진 아름다움에 숨막히다가도
화사한 계절의 그 한 가운데 우리를 에워싼 절망에 다시 숨막힌다.
모든 개인의 슬픔이
그 한 당사자 개인의 슬픔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래서도 안 되는 비극 앞에
그 비극에 무관심하게 더더욱 화려한 계절의 당연한 화사함이
더욱 처연하게 슬픈
잔인한 4월의 어느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