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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여름 제주-올레길 걷기(3)

그림자세상 2009. 8. 25. 19:01

올레길의 마지막은 아니지만 생각에 올레길 10번 코스의 정점은 송악산이다.

송악산은 산이라기보다는 동산에 가깝지만

세 번 정도의 작은 꼭대기에 오를 때마다 바다와 산은

다른 모습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한 능선을 오르고,

 

다시 한 능선을 오르고....

 

다시 마지막 능선을 오르고 내리는 길.

저기 사람들이 내려오는 왼쪽 옆으로 분화구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것이

원래의 올레길 코스였는 모양인데, 능선이 너무 가팔라 사고의 위험때문인지

폐쇄하고 저기서 내려오도록 해 놓았다.

실제로 저 꼭대기에서 왼편의 능선을 따라 돌아가자면

아래로 보이는 분화구의 가파른 절벽같은 계곡이 조금, 부담스러울 듯^^*~

겨울에 바람이라도 세차게 부는 때라면

오롯히 제몸 추스리며 가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보이기엔 그냥 능선처럼 보이는데 막상 그 가장자리에 서면

가파른 골짜기가 바로 면해 있어 아무 생각없이

맞은 편 골짜기의 아름다움에만 취해가다가는

아찔한 순간을 맞이할 수도....

그러나 그럼에도 눈에 밟히는 길은

참, 순하고 예뻤다.

어디를 보건 그랬다.

 

저 아래가 올레길 10번 코스의 도착지인 하모해수욕장.

그러나 그리고 내려가지 못하고 올랐던 길을 다시 올라

택시를 타고 공항쪽으로 향해야 했다.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걸어온 길 만으로도

마음은 충분히

가득했다.

 

내려오기 전 만났던 한 가족.

아들, 딸과 함께 온 4인 가족.

그들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에

"행복" 그렇게 씌였다.

 

올레길 걷기는 이렇게 끝났다.

하루, 9시 40분에 시작해서 쉬엄쉬엄 걸은 길이 3시 40분 정도까지였으니 

여섯 시간 정도.

코스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사진에 시간 덜 쓰고 조금 더 부지런한 걸음으로 옮긴다면

하루에 한 개 반 정도의 코스를 걷고 쉬면 맞을 길.

 

제주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로 한 10여분을 나온 뒤,

50여분 정도 버스를 타고 제주터미널로 나왔다.

 

홍선생님께서 안내하고 대접해 주신

실한 저녁 식사는 짧았던 제주 올레길 나들이를 푸짐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홍선생님,

감사드려요^^*~~

 

그동안 제주도를 갈 기회가 있어서 들렸다 올 때

꼭 다시 오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이었거나

꼭히 제주도가 아니라 거기서 보낸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나들이를 통해 제주도에 오갈 이유가 생겼다.

올레길 걷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를 일이나

시도해 보려고 한다.

 

만야 누가 내게 가장 좋아 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걷기"--산이건, 들이건, 바다건--라고 대답하고 난 뒤라면

혹시 다른 것이 생각나더라도 아주 잘못된 대답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레길이 아름답기 때문인지

그 길을 걷는 시간이 자유롭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둘 모두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아니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마음에 그 길이 담겼고,

언제고 그 길을 걷는 내 모습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