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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여름 제주(3)-성산일출봉

그림자세상 2009. 8. 25. 00:47

성산 일출봉.

다섯 번의 제주행에서 한 번도 일출봉을 오르지 못했다.

언제나 옆에서 보기만 하고 멀리서 바라보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사정들이 있었다.

그리하여 처음 일출봉에 오르다.

일출봉에 오른 것 만으로도 이번 짧은 제주행의 가치는 충분했다!

 

이곳이 고향이라던 홍선생님은

성산일출봉을 제주의 최고로 쳤다.

동감.

일출봉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정겨웠다.

산도 바다도 하늘도

그 속에 사람 사는 마을도

따로 있지 않았다.

한 뿌리 나무에 열매들처럼

자연과 세상이 모두 한 가지처럼 엮여있었다.

 

 

 

일출봉 위라고 다르지 않았다.

사람은 이쪽에서

바위는 저쪽에서

마주보기도 하고

바다를 보기도 하고

같은 공간을 그렇게

따로 나란히 서 있었다.

 

 

꼭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지만

그래도 일출봉 다음에 갈 길은 있었다.

그러나, 멈췄다.

일출봉에서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성산포 맞은 편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올라 가서 세 시간 가까이,

내내 일출봉 위에서 보냈다.

성산에서 마주한 하루 해의 저뭄. 

 

 

 

 

 

 

 

 

 

 

 

 

내려오는 걸음이 쉽지 않았다.

어둠 속에 발길은 마을로 향해야했지만

마음은 일출봉 위에서 머뭇거리며 내려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