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 일출봉.
다섯 번의 제주행에서 한 번도 일출봉을 오르지 못했다.
언제나 옆에서 보기만 하고 멀리서 바라보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사정들이 있었다.
그리하여 처음 일출봉에 오르다.
일출봉에 오른 것 만으로도 이번 짧은 제주행의 가치는 충분했다!
이곳이 고향이라던 홍선생님은
성산일출봉을 제주의 최고로 쳤다.
동감.
일출봉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정겨웠다.
산도 바다도 하늘도
그 속에 사람 사는 마을도
따로 있지 않았다.
한 뿌리 나무에 열매들처럼
자연과 세상이 모두 한 가지처럼 엮여있었다.
일출봉 위라고 다르지 않았다.
사람은 이쪽에서
바위는 저쪽에서
마주보기도 하고
바다를 보기도 하고
같은 공간을 그렇게
따로 나란히 서 있었다.
꼭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지만
그래도 일출봉 다음에 갈 길은 있었다.
그러나, 멈췄다.
일출봉에서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성산포 맞은 편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올라 가서 세 시간 가까이,
내내 일출봉 위에서 보냈다.
성산에서 마주한 하루 해의 저뭄.
내려오는 걸음이 쉽지 않았다.
어둠 속에 발길은 마을로 향해야했지만
마음은 일출봉 위에서 머뭇거리며 내려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