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잘 안다는 것, 잘 아는 체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불행한 일이다. 우리가 비난할 수 있고 적어도 평가하려고 드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에 한하는 것이디 때문이다."(김승옥, "무진기행")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며 주워든 주말판 신문의 책 소개를 읽다가 기자가 인용한 구절에 마음이 잡혔다. "무진기행" 떠올리며 내처 읽다 보니 기사는 정이현의 신간, [말하자면 좋은 사람]을 소개하고 있었다. 짧은 책 소개 글을 읽으며 돌이켜 생각한다.
요즘 나는 사람들을 빨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러하다. 낯선 일은 아니었으나 조금 더 이르고 강하다. 물론 나는 그 느낌을 믿는다. 사람도 일도 오래볼 일이라는 것, 잘 알고 또한 내 굳건한 믿음의 토대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보고나면 오가는 그 느낌이 주는 경험치 크게 어긋나지 않았음에 대한 내 알량한 과거의 경험이 나를 세워 놓은 것도 있다.
이런저런 일들을 한꺼번에 떠올린다. 짧거나 긴 시간 같은 길을 가다가 부딪치고 엇나거나 더러 그저 까닭없이 혹은 자연스레 멀어져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가운데 오래 함께 했지만 온전한 마음의 눈길로 제대로 보지 못하고 스친 많은 사람들도 있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의 구절을 미리 당겨 5월의 아침에 모든 그들에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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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잘 모르지만, 당신이 무척 섬세하고 강인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들꽃처럼 당신은 잘 살아야 합니다. 나도 그러겠습니다." (정이현, "안녕이라는 말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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