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터미널. 강준 형을 보내고 첫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열 손가락을 다 채우지도 못할만큼 밖에 만나지 못하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이가 되었다. 낯설지 않은 것은 순전히 마음일 뿐, 사진 속의 그는 낯설었고, 나는 두 아들의 마음에 잠깐이라도 내 마음을 얹어주고 싶었다. 국밥 한 그릇과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새벽 어둠 속에 모두들 먼길, 떠났다. 피곤하지는 않은데, 자고 싶다. 한참을 기다린다.....첫차가 들어왔다. 반쯤 찬 자리. [기쁜소식]이라는 주보가 자리마다 놓여 있다. 세상이 다 기쁘디만 하다면 좋겠지만, 그 또한 모두 기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출입문이 열립니다." 반포다. 그렇게 간다, 타기만 하면 가만히 있어도 가듯, 오면 그러게 간다. 그 사이, 짧고 짧은, 그래서 더욱 긴 그 사이에 있다."
새벽에 강준 형을 보내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새벽 첫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한 낙서.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서, 그를 태운 차가 선산에 도착했을 즈음, 나는 다시 길을 걷고 있었다. 그가 가 있을 얼음 언 선산, 그 언저리에 따스한 햇빛이라도 멈춤 없이 비춰주기를 바라며. 그리고 버스 안의 풍경을 보았다.
"누군가는 그랬다. 큰 시련을 거치고 견디고 있는 이 시간, 덤으로 지내는 시간 같다고. 덤이면 어떻고 이자면 어떻고 또 원금에 부채라도 어떤가. 지금 이 순간,저 흐릿한
하늘, 앞 좌석에 앉은 저 사내의 헝클어 눌러붙은 머리, 퀘퀘한 체취, 한껏 멋부린 저 노신사, 그 옆 할머니의 기품있는 화가모, 촬영소사거리 고개 터의 실핏줄 같은 가지 쌩쌔쌩하게 내세운 나무들, 어디론가 뚜렷한 목적지를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가는 전선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청년, 신호등을 무시하고 그 사이를 휗 가로지르는 오토바이, 재개발 공사중인 아파트터, 군데군데 덜 녹은 눈, 안과 밖의 쉼없는 소리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손전화에 얼굴을 묻고 있는 소녀, 오프한 커피숖, 두리번두리번 갈까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년의 여인, 그때 걸려온 엄마의 전화, 붐비는 차로, 기다리고 지나가고 서로를 멋적게 바라보다 외면하는 낯선 거리의 사람들, 서로에게만 마음을 빼앗긴 연인, 켜지기 시작한 네오사인드, 원색의 간판들, 무지개색 차양, 길거리 좌판의 과일들과 빈 상자들, 건물 벽면을 뒤덮은 태극기, 갑자기 끼어든 차, 급하게 울리는 경적, 닫힌 셔터들, 파장을 앞 둔 풍물시장 보도에 가득한 사람들, 사람들, 텅 빈 좌석 제일 뒷자리, 262번 버스,아무도 없는 2013년1월 20일, 17시 17분. 여기, 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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