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선자령 길 위의 짧은 기록(3)
그림자세상
2011. 6. 9. 23:12
하늘은 어디를 봐도 제대로 코발트 블루에
하얀 구름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아래 정갈한 길을 밟으며
그 위 깔끔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길을 나선 모든 이유가 되겠다, 싶었다.
고개를 좀 더 쭈~욱 빼고 본 하늘은
더 파랗고 더 하얗고
파란 하늘에 빼앗긴 눈과 마음을
문득 채가는 나무 그늘 아래 스폿 라이트 같은 볕 받은 백리향.
그 향에 취해 세상 모르고 사랑에 빠진 벌레 한쌍
여기거기가 다르겠는가
사랑, 때로 그 황홀함이.
보이는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어도
길 위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
사람 손길, 가득한 것조차도 이런 곳에서는 더러.
그 길을 좀 더 올라서면 이내 보이던 것도 안 보이고
같은 길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다른 길이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고...
그 길의 끝에서 비로소 시야는 자유롭다.
산도 구름도 같은 길로 이어지고
마음도 그 산 그 길을 따라 흐른다.
나즈막히 엎드려 보는 하늘에 먼저 와 안기는 것은
작디작고 예쁘디예쁜 금매화들.
크고 높음이
작고 나즈막함의 동의어 같아라....
여기저기 말 없이 그저
보고 또 보았다...
다시 봐도 구름도 산 길도
사람들이 만든 저 큰 바람개비들도
다 한곳을 향해 줄기차게 나아가고 있었다.
뉘라서 알까...
이 이는 알까...
그 길을 끝을....
이 이의 등을 지나 가면서 그냥 갈 수 없었다.
저 이가 곧 나요,
저 이가 곧 우리요,
내 마음 자리가,
우리 마음 자리가
저 이 앉은 저 자리 거기 함께 앉아 있음에.
하여, 백두대간 선자령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