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세상 2010. 9. 21. 15:04

바람에게

 

    여 국 현

 

 

곧추서서 너를 가르고 싶진 않아

네 힘대로 누르고 넘어 가렴

쓰러져줄께

휘어잡는 네 손길 휘두르는대로

올곧이 휘둘려줄께

꺾으면 꺾여주고

흔들면 흔들려주마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내 깊은 속 뿌리까지 뽑아버리려는 듯

난폭하게 달려드는 너 바람아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네 발길 세지면 세지는 만큼

더 맑게

더 창창하게 노래 부르는 뜻을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